불안한가? 그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대부분 현대인들은 인정의 욕구가 좌절될까봐 불안해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불안은 조금 낮은 단계의 욕구이다. 바로 생존의 욕구인 듯하다.
어릴 적 선생님 앞에 설 때, 아파트 높은 층에서 내려다 볼 때, 친구들 앞에 나올 때 참 떨렸다.
선생님 앞에 서는 것은 고학년이 되고 선생님들과 가까워지고 나서 사라졌다.
이것은 담임교사와 관계에 의한 것이었다.
고층에서 두려움은 육지 생물이라면 당연히 갖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두려움이라 고층 빌딩건물 위에서 일하지 않는 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 다행이 안전한 실내에서 근무하는 직업이라 괜찮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은 항상 떨림이었다. 이유는 몰랐다. 그 자체가 떨림이었다.
저학년 때는 발표 때마다 떨었다. 잘하고 싶은데 못해서라기보다 익숙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안이었다.
그리고 2학년 때 학급 대표로 어르신을 학교 강당에서 모시고 하는 행사에서 학년 대표로 노래를 하게 되어 있었다.
당시 급하게 반에서만 오디션을 보고 내가 선발된 거 보면 당시 학년부장선생님이었던 담임선생님이 자기 반에서 그냥
한 명 뽑아서 나가겠다고 했던 모양이다. 당일 날 강당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마이크에 잘 안 담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마이크는 콘덴서 마이크(합창이나 연주, 혹은 무선마이크를 생각하면 됨)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담임 선생님의 회유와 질책 끝에 무대에 서지 못하고 내려오게 되었다.
그 때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망쳐서 속상하거나 스스로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이크를 잡는 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 2학년 교생실습 때 또 하필 실습부장님 반이었다. 배울 점은 참 많았는데 거기에 남자가 나밖에
없어 실습 대표자 발표를 하게 되었다. 뭔가 준비를 해가서 그대로 읽었지만 그 후 함참동안 룸메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그 후 3년이 되어서 하필 과 부학회장이 되었다. 신입생 OT 때 마이크를 잡았는데 또 목소리가 떨려 대본도 못 읽고
너무 못해서 같이 한 친구에게 아직도 미안하다.
그러한 연속된 실패와 공포를 맛보며 학년은 흘러 발표 상황에 차츰 익숙해져갔다.
대학시절 내내 발표 못하고 말도 어눌하게 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임용 면접때도 면접점수가 안 좋다.
그러나 두려움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시절 장교 복무를 하며 위기의 기회가 또 찾아왔다.
공군 비행장에서는 기지경비 근무를 조종을 제외한 일반 장교들과 부사관 그리고 병사들과 함께 밤을 세며 한다.
그리고 근무 후에는 근무보고를 하고 끝나는데 전대장이 바뀌고 나서 전대장 보고가 추가 되었다.
그 전대장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브리핑을 하는데 그 중압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직참모가 이것저것 묻느라 근무보고가 늦어지는 가운데 상황실엔 전대장이 와 있었다.
작전장교가 직접 와서야 당직참모가 나를 보내주었고
상황실엔 이미 시간이 늦어 전대장의 짜증난 표정과 그 옆을 수행하는 대대장들과 상황실 평일 근무자들과
나와 함께 근무한 일직 부사관 장교 병사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그 날.
(보통 2명의 근무 장교 중 선배장교가 브리핑을 하는 역할인데 하필 그 날이 나의 첫 선배장교 역할을 해보는 날이었다.)
처음 본 200페이지가 넘는 바인더에 담긴 기지 현황을 브리핑을 하는데 뇌가 정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고 있던 내용도 순간 생각이 안 났다. 그 자리에서 엄청 전대장에게 깨지면서도 멍하니 있었다.
그 당시 약간의 공황이 왔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중압감의 스트레스가 범위를 넘어선 모양이었다.
그 후 남들 앞에서면 목소리가 다시 떨린다.
첫 번 째 학교에서 업무를 생활기록부 처리 담당 업무를 맡았다. 담임도 안해봤고 준비도 소홀했다.
인디에서 받은 자료와 전임자 분이 주고 간 자료를 대충 섞어 발표를 하기 시작했는데
학년부장님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말이 멈춰졌고 교감선생님께서 발표를 중지시키셨다.
그 다음 학기에도 1학기라 전년도 2학기와 다른 처리 방법으로 빈틈이 발생했고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다음해는 교육과정 변화로 생활기록부기록지침의 달라져서 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다음해도 마찬가지로 교육과정 변화로 생활기록부기록지침의 달라져서 또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업무를 진짜 못하긴 했는데...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이러한 경험으로 발표의 불안감은 증폭이 되었다.
두 번 째 학교에서는 부장을 맡게 되었다. 부장회의와 특히 학부모 총회 발표는 너무 부담감이 많았다.
마이크에 대고 부서별 업무 발표를 했다. 인사를 하는 순간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목소리 제어가 안 되어 준비한 멘트를 버리고 새학기를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내용들을
말하듯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목소리가 잡히기 시작했고 생각도 차분히 정리가 되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약간 교장 교감선생님께서 당황하셨지만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 때 나의 결론은 내가 잘 이해 못한 것을 단지 문장만 외운다면 단어를 틀릴까봐 불안이
증폭되었다는 것이었고 나의 생각과 경험에서 내가 항상 해오던 말로 하면 익숙해서
누구 앞이든 어디이든 떨리지 않는다는 해결책을 찾았다.
그렇게 발표 불안은 잠잠해졌으나 현재까지도 잔잔한 파도와 같다.
세 번 째 학교로 섬학교가 들어가면서 배를 타는 것에 대한 불안에 대해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로 느끼질 않았으나 배가 밧줄에 걸려 큰 소음과 진동과 함께 멈춰서는 경험을 하면서 시작된 듯하다.
그 이후 파도가 잔잔해도 멀미약 없이 배를 타는게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체험학습 담당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항상 배를 타야 하는 업무라 걱정이었다.
처음으로 추진한 문화체험학습이라는 주제로 서울 구경가는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담당했었는데
그날도 나가는 날 파도가 엄청나게 치기 시작했다. 다행이 멀미를 안 하는 부장님과 덜하는 선배가 안심시켜주며
1층으로 가서 누워서 있으라고 해서 멀미약도 안 먹고 1시간 정도의 심한 파도를 무사히 겪었다.
이렇게 탈 것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는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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